홋카이도 비에이
일본 홋카이도를 여행할 때 삿포로는 기본이고 오타루, 비에이, 후라노 등지를 함께 둘러보는 곳은 거의 필수코스라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일본의 다른 대도시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이 가지지 못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홋카이도에서는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삿포로 도심에서만 머물다 가는 것은 무언가 홋카이도를 제대로 즐기고 가지 않는 느낌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비에이(美瑛, Biei)는 다른 명소들보다 접근성이 좋은 편이면서도 아오이이케(청의 호수), 흰수염폭포와 같이 풍경이 멋진 곳이 많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다만, 겨울이 홋카이도의 피크 시즌인 만큼 자칫 길을 헤매거나 시간이 지체될 경우 금방 깜깜해지고 대중교통까지 끊길 수도 있어 잘 준비해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비에이 일일 투어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와 같은 자유여행 지상주의자들이 이런 투어 따위를 할 리 만무하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은 JR철도인 라일락 카무이를 탑승하여 삿포로 역에서 아사히카와 역까지 (1시간 25분 소요) 간 다음, 역시 같은 JR철도인 후라노 선(35분 소요)으로 환승하여 비에이 역까지 간 후, 차량(버스 또는 택시)을 이용(20~30분 소요)하는 것이다. 대중교통 치고는 그나마 빠른 방법인데도 이렇게 해도 장장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교통비가 비싸기로 소문난 일본에서 이렇게 타면 편도만 자그마치 6,790엔이 소요되는데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는 이렇게 제값을 다 내고 다니지는 않고, JR철도에서 판매하는 삿포로 – 후라노 에리어 패스 등 일정 기간동안 JR철도를 무제한 탈 수 있는 레일패스를 별도로 구입하여 사용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아오이이케 (청의 호수)
JR철도를 통해 삿포로 역에서 아사히카와 역까지, 그리고 다시 비에이 역까지 오면 이제부터가 실전이라는 느낌이 강해진다. 우선 비에이 역은 지리적인 위치를 보면 알겠지만 사람들이 크게 붐빌만한 곳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역의 규모가 상당히 작은 수준이다.
역 앞에는 뭔가 허허벌판처럼 도로가 널찍하게 있는데도 행인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휑한 느낌이다. 앞에 택시들 몇 대가 대기하고 있는데, 어디나 국룰이지만 이런 택시들이 은근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물어보니 상당히 비싸게 부른다. 마치 정가인 것처럼 가격표(?)를 코팅해서 보여주는데 아무나 한 명만 걸리라는 양이다. 물론 역 앞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요금에 내재되어 있겠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비싸다.
따라서 필자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버스 정류장(비에이 에키 마에 = 비에이 역 앞)은 역 바로 앞에 있지는 않고, 앞으로 나와 길을 두 번 건넌 다음 왼쪽 편에 위치해 있고, 이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된다.
버스정류장 팻말을 보면 푸른 연못(청의 호수)으로 가는 방향임을 알 수 있다. 밑에 시간대별 오는 시간(분)이 적혀 있는데 1시간당 1대 꼴로 온다고 되어 있다. 즉, 1대를 놓치면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니 유의하자.
시골 버스라 사람도 별로 없고 정류장은 많으나 기다리는 사람이나 내리는 사람도 보통 지나쳐가는 정류장이 많다. 그런데 의외로 창문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보니, VISA, JCB, AMEX 등의 교통카드로도 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MASTER는 일본 내에서 교통카드로 이용하기 힘들다. 후쿠오카 등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인데, 최근 MASTER 교통카드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보급이 많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신용카드 교통기능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VISA가 가장 많이 보급되어 있고 그 다음 JCB, AMEX 순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필자는 파스모(교통 IC)를 미리 충전하여 해당 버스를 탑승했다.
비에이가 워낙 지방이다보니,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대부분 논밭이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버스로 달리니 그래도 여행을 하는 운치가 느껴졌다.
시로가네보쿠조 이리구치 버스 정류장에 내려 도보로 이동하면, 갑자기 커다란 주차장이 보인다. 차량들을 보니 역시 대부분은 대중교통보다 렌터카 또는 전세버스를 이용하는 듯하다. 조금만 더 진입하면 아래와 같은 울타리가 보이고, 울타리 끝으로 가면 아오이이케로 가는 진입로가 있다.
참고로 아오이이케라는 말은 아오이(파란색) 이케(호수)를 의미하는 일본어이고, 우리말로 하면 청(靑)의 호수가 된다. 정확히는 이케가 ‘연못’을, 미즈우미가 ‘호수’를 뜻해 ‘청의 연못’이 맞지만, 으레 고유명사처럼 ‘청의 호수’로 자주 불려진다. 아래는 아오이이케를 여러 각도로 찍은 사진들이다. 아오이이케의 특징은 마치 남미에 위치한 유우니 사막처럼 위아래가 대칭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흰수염폭포
사실 흰수염폭포로 가게 되면 이제까지 아오이이케까지 온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오이이케~흰수염폭포 루트는 대중교통으로 갈 수 없어 도보로 50분을 가야 하는데, 완전 산길에 인적도 드물어 혼자 거닐면 가끔 무섭기까지하다. 그나마 낮에 가면 별 일 없이 지날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걷는 데 다리아픈 것도 그렇지만 말 그대로 산길이라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거의 직선 코스이고, 높낮이가 그리 차이없어 보통 평지를 걷는 느낌이다.
걷고 또 걸으면, 결국 흰수염폭포가 있는 곳까지 다다르게 되는데 폭포를 잘 볼 수 있게 멋진 다리가 놓여져 있는 것이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흰수염폭포까지 관람 시 보통 늦은 오후 또는 저녁쯤이 될 것이다. 이 때가 중요한데, 대중교통이 빨리 끊기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아래의 버스정류장 시간표를 보면 알겠지만, 평일/주말 모두 16시51분이 막차다. 특히, 여기는 오지(?)라서 우버 앱으로도 차량 호출이 되지 않는다. 막차를 놓치면 히치하이킹하거나 주변 숙소에 묵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므로 막차시간에 늦지 않게 복귀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