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가히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세계적으로도 아파트가 많기로 유명한 나라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는 아파트로 시작해 아파트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나마 싼 지역에서 비싼 지역의 아파트로, 소형에서 대형의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 어느덧 인생 목표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연도 | 전체 가구원 수 | 아파트 거주 가구원 수 | 비율 |
1975 | 34,090,978 | 423,764 | 1.24% |
1980 | 36,794,326 | 1,622,462 | 4.41% |
1985 | 39,768,495 | 3,438,357 | 8.65% |
1990 | 42,709,392 | 6,381,002 | 14.94% |
1995 | 43,834,199 | 12,610,375 | 28.77% |
2000 | 44,711,584 | 17,887,519 | 40.01% |
2005 | 46,392,589 | 21,448,707 | 46.23% |
2010 | 47,932,951 | 25,008,212 | 52.17% |
2015 | 50,271,304 | 26,706,117 | 53.12% |
2020 | 51,070,015 | 29,038,095 | 56.86% |
이렇게 아파트에 대다수 거주하는 국민들의 특성 상, 아파트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아무래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 이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 국민 노래 <아파트>까지 흘러나오는데, 무언가 가사가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 ♬ ”
사실 다리를 건널 필요까지는 없이 이 영화의 무대가 되는 ‘황궁아파트’ 앞에는 ‘드림팰리스’가 있다. 어감이 어디서 많이 듣던 곳이기는 하지만, 대지진으로 서울 모든 아파트가 무너지고 언덕 위에 홀로 우뚝 솟은 황궁아파트 103동으로 주변 드림팰리스 주민은 물론, 타 지역 사람들까지 소문을 듣고 몰려든다.
하지만 더 부유했던 드림팰리스 주민들이 자신들을 평소 무시해왔다며, 황궁아파트 사람들은 이들을 포함 타 지역 사람들까지 주민 투표를 통해 모두 쫓아낸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찰이 생겨 몸싸움이 오가게 되고, 주민 대표로 뽑힌 김영탁(이병헌)이 쇠막대에 머리를 맞아 피를 철철 흘리기까지 하지만 끝내 황궁아파트를 지켜낸다. 그들의 모토 ‘아파트는 주민의 것’처럼 말이다.
“ 아파트는 주민의 것 ”
하지만 여기까지의 참신할 발상은 점차 어디선가 본 듯한 분위기로 흘러가며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황궁아파트 주민과 그 외 지역의 사람들, 소위 ‘바퀴벌레’들과의 대립이 생겨나고, 서로 교류가 없어지며 상대방 진영이 사람들을 잡아먹는다며 오해와 불신이 점점 커지게 된다. 이 와중에 아파트 내 필요한 음식 등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젊은 남자들끼리 조직화하여 밖을 돌아다니는데, 이쯤 되면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서 좀비 무리들을 피해 외부에서 음식 등을 구하러 다니던 컨셉이 저절로 오버랩되기 시작한다.
물론, 김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한 후반부의 반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어딘가 식상한 컨셉과 느슨해져가는 긴장감을 다시 되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느껴졌다 (자세한 설명은 스포라서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