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웨이하이
2024년 11월 8일 중국이 한국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며 촉발된 중국 여행 수요는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를 넘어 웨이하이와 같은 소도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웨이하이(威海, weihai)’라고 하면 다소 생경하게 들릴 수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취항하는 항공사는 제주항공, 그리고 중국 국적 항공사인 동방항공만이 노선을 가지고 있는 등 많이 가는 도시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인천에서의 소요 시간이 고작 1시간(순수 비행시간 기준)에 지나지 않을 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그 만큼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해상 무역은 물론 일종의 코리아타운인 한락방이 존재하는 등 그 특색이 웬만한 관광도시 못지 않다.
비행시간만 놓고 본다면, 일본 후쿠오카와 비슷한 거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평소 여행수요가 많고 취항 항공사가 많은 후쿠오카와 달리, 웨이하이는 하루 한 편만 운행하는 등 공급이 많지 않은 관계로, (평일 왕복 기준) 20만원 내외로 보통 10만원대 후반인 후쿠오카보다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단거리 치고 비싸다는 것이지 오사카, 도쿄만 해도 30만원 수준인 현실을 감안하면 여전히 싸다고 할 수 있다.
웨이하이 추천 코스
웨이하이는 그래도 아직까지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다보니 관련 정보가 다른 대도시들보다는 적은 편이다. 따라서 처음 웨이하이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정보의 부족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필자 역시 약간의 고생을 한 끝에 코스를 나름 효율적으로 짰는데, 겹치는 동선 없이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최적 코스는 방문 순서대로 행복문, 백조호, 적산법화원, 한락방 순이다. 만약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행복문(幸福门)은 전날 보고 백조호(天鹅湖)~적산법화원(赤山法華院)~한락방(韩乐坊) 순으로 시계방향으로 돌면 된다.
웨이하이가 소도시다보니, 지하철이 아예 없고 철도가 있기는 하나 서쪽 옌타이 등 대도시와의 연결선 위주라서 특히 자연경관을 보기 위한 본 코스는 차량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디디(DiDi) 앱을 통해 공유 차량(Uber와 유사)이나 택시를 호출하여 다닐 수 있으니 참고하자.
주의할 것이 있다면, 일본 등에서 쓰는 DiDi 앱 즉, 글로벌 버전은 중국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디디(DiDi) 중국 전용 앱(DiDi: Ride Hailing in China)이 따로 있는데, 이를 설치해야 중국 내에서 위치를 인식하고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
(아이폰용 iOS 앱 다운로드 링크 – DiDi: Ride Hailing in China)
(갤럭시 등 Android 앱 다운로드 링크 – DiDi: Ride Hailing in China)
필자는 웨이하이 시 도심인 환취구의 더 브라이 래디언스 호텔에서 묵었던 관계로 행복문부터 방문하였는데, 만약 숙소가 행복문 인근이 아니라면 백조호부터 차례로 돌아도 무방하다.
행복문 幸福门
부루마불을 하면 각 나라마다 랜드마크가 있는 것처럼, 웨이하이에도 랜드마크가 있는데 행복문이 바로 그것이다. 2006년 완공된 45m 높이 건물로, 한자로 문 문(門) 모양처럼 지어져 있다. 양 옆의 엘리베이터를 통하여 구름다리처럼 된 꼭대기층 전망대 겸 식당으로 입장할 수 있는데, 입장료(성인 기준 50위안)를 내고 들어가기에는 전망이나 메뉴가 가성비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니 밖에서 그냥 구경하는 것이 낫다.
행복문 아래 솥뚜껑처럼 보이는 것은 만복도(万幅度)라는 것으로, 올라가서 5줄로 씌여진 복(福) 즉, 오복을 밟으면 행복을 가져준다는 속설이 있다. 한가운데에는 웨이하이의 중국 지명인 위해(威海)를 중심으로 하여 전세계 주요 도시 각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지도가 있다.
백조호 (천아호) 天鹅湖
다음으로 이동할 곳은 백조호(swan lake)다. 정식 명칭이 천아호(天鹅湖, 중국 발음 티엔어후)임에도 ‘백조호’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 만큼 백조들이 겨울철에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백조 서식지로서, 우리나라에서 백조가 ‘큰고니’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 지정된 것을 감안하면, 여기에서 희귀한 새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을 보는 자체만으로도 진귀한 체험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자연경관을 보러 가는 곳인 만큼 이동하기가 녹록치 않은데, 현지인들도 위치를 잘 몰라 공유 차량으로 가도 약간은 헤맬 수 있다. 중국 내에서는 구글 맵이 국가 정책 상 잘 작동하지 않아 중국 내 자체 지도 앱인 고덕지도나 바이두지도를 주로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아래는 고덕지도 링크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회원가입을 요구하는 화면이 초기 뜰 수 있는데, 이를 그냥 무시하고 써도 이용에 지장이 없다).
백조호를 찾아가다가, 위와 같은 포토 스팟 구조물이 눈에 띄면 맞게 도착한 것이다.
근처 화장실 옆 매점에서 백조 모이를 10위안에 팔고 있는데, 소형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것이 생각보다 양이 많은 편이다.
모이를 뿌리면 백조들이 잘 먹는다. 너무 한 곳에만 뿌리면 백조들끼리 은근 싸우니 잘 뿌려야 한다.
적산법화원 (장보고 기념관) 赤山法華院
적산법화원은 통일신라 시대 무장인 장보고가 당시 당나라 영토였던 중국 산둥반도에 건립한 사찰로서, 당나라에 거주하는 신라인들을 결집할 수 있게끔 하는 장소였다. 이후 당나라의 불교 탄압 때 불에 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있는 건물은 나중에 다시 복원한 것이다. 가는 길 산 정상에 커다란 좌상이 있는데 이것은 장보고가 아니다. 사찰 지역 안 별도로 있는 장보고 기념관 내에 장보고 동상이 따로 있다.
차량을 타고 적산법화원 입구로 올라가다보면, 위 사진처럼 산 정상에 웬 석상같은 것이 보이는데 이것은 장보고가 아니고 ‘적산명신’이니 괜히 오해하지 말자.
적산법화원은 유료 입장이다. 입구 옆 매표소로 가서 (성인 기준) 120위안에 표를 산 다음, 위 사진과 같은 계단을 올라가면 표를 확인하는 직원이 있다. 참고로 60~69세는 70위안, 70세 이상은 무료인데 외국인은 할인 대상이 아니다. 단, 어린이는 외국인이라도 키 140cm 이하면 무료다. 입장권을 살 때 산 정상까지 가는 전동차 탑승권도 살 수 있는데 별도로 30위안을 지불해야 한다. 다만,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위 지도에 나온 것처럼 바로 왼쪽으로 빠져야 장보고 기념관이 나온다.
장보고 기념탑과 장보고 기념관 갈림길이 나오는데, 기념탑을 먼저 보고 기념관으로 가자.
한락방 韩乐坊
한락방은 중국 웨이하이에 위치한 코리아타운이라고 보면 된다. 마치 LA 코리아타운처럼 한글 간판들이 즐비하고, 우리나라 음식들은 물론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가 중국에 진출해 같은 메뉴를 선보이는 곳도 여럿 있다. 필자는 여기에서 저녁에 교동짬뽕을 먹었는데, 우리나라의 그것과 차이없었다.
여기는 낮에 와도 볼거리가 충분히 많지만, 밤에 열리는 야시장 규모가 제법 크게 열리기 때문에 밤에 오면 더 재미있어지는 곳이다. 그래서 본 추천 코스의 마지막 장소를 여기로 선정하였다.
위 사진은 한락방 내에 있는 야시장을 일부 촬영한 것으로, 실제 야시장 크기는 훨씬 넓고 건물별로도 한국식 가게들이 많아 각 층들까지 여기저기 둘러보다보면 시간이 금새 훌쩍 지나간다.
평가
일본이나 동남아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와 가까우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중국, 특히 그 중에서도 더 알려지지 않은 웨이하이는 가장 모순되게도 우리나라(남한 기준)와 가장 가까운 도시이기도 하다. 따라서 좀 더 알려진다면 우리나라에서 후쿠오카를 많이 가듯, 언젠가 더 자주 교류하는 곳으로 변모하지 않을까 싶다.
본 코스는 각 장소별 정보가 인터넷에서 찾기 어려운 편이고, 그나마 장소별로 엮어서 시간 순서대로 가는 코스를 짜 놓은 글이 많지 않아 필자가 직접 체험하며 만든 코스이다. 따라서 다소 미비한 점이 있을 수는 있으나, 다녀온 바로는 동선이 겹치지 않고 비교적 여유롭게 유명 관광지를 훑고 올 수 있어 웨이하이를 처음 방문하거나 각 장소를 가 보지 않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코스다.
특히, 백조호는 다른 도시는 물론 어느 관광지에서도 같은 곳을 볼 수 없는 곳이기에 추천하고, 한락방 역시 중국 내의 대표적인 코리아타운인 만큼 웨이하이를 왔다면 꼭 들려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