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판타지 소설] 최종드론병기 – 3 –

PC방

학교를 나서 내려가다 보면 학생들의 빠른 귀가를 어떻게 해서든 필사적으로 막아보려는 상인들의 술수가 여기저기서 향연을 펼친다.

바닥에 투사되는 홀로그램은 기본이요, 가게 간판을 대신해 부착한 디스플레이 필름에서 나오는 형형색색의 요란한 영상들이 지나가는 이의 혼을 빼놓는다.

“그럼, 우리가 평소 가던 그 PC방 갈까?”

우식이의 말에 모두 흔쾌히 동의한다.

‘피닉스 PC방’

긴 밤이 지나도 꺼지지 않고 오히려 불타오를 것 같은 불야성의 PC방. 그 곳을 가리키는 디스플레이 영상이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들리는 설에 의하면, PC방 사장이 여러 번 사업을 망했음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여기에 정착, 영업을 이어나간다 해서 스스로 ‘피닉스’라고 지었다 하는데, 그것이 진짜인지는 알 길이 없다.

“사장님, 또 왔습니다~”

PC방 사장이 일행을 보더니 이젠 무엇을 할지 물어보지도 않고, 대뜸 단체석으로 안내하곤 대형 화면에 축구게임 ‘FIFA40’ 오프닝을 띄운다.

극사실적 그래픽으로 생동감 있게 구현된 축구 선수들이 화면 상 경기장에 입장을 시작하는데, 일행도 이를 보고는 마치 빙의라도 한 듯 결연한 표정으로 각자의 자리에 가 앉는다.

각 자리는 그냥 평범한 의자가 아니라, 옛날 4D 영화관처럼 화면에 반응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의자다. 그리고 양쪽 팔걸이에는 조작할 수 있는 스틱이 끄트머리에 하나씩 설치되어 있었다.

“아~ 선수~ 입장하고 있습니다 !”

우식이가 자기최면을 거는 듯한 말투로 외치자, 이를 들은 둘이 큭큭거린다.

“저번에는 안타깝게 졌지만, 이번엔 이긴다!”

철성이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한다.

이를 지켜보던 민호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서로 대전하기 전에 같은 팀으로 해서 컴퓨터랑 가볍게 한 판하고 시작하는 게 어때?”

우식이가 이를 반긴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한 판 해 보자. 재밌겠는데?”

철성이도 곧 오케이 사인을 보내온다.

대형 화면을 같이 보면서 플레이하거나, 또는 감독 모드로 작전 또는 선수 교체를 지시하는 등 여러가지 모드들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그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각자 고글을 쓰고 하는 ‘리얼 모드’다.

이 모드는 별도 대형 화면이 필요없이 각자 고글 자체에서 투사되는 영상을 보며 좌우 팔걸이에 있는 스틱을 동시에 조작, 마치 한 명의 선수가 된 양 가상의 경기장 안을 누비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고개를 돌리면 고글에 탑재된 AI가 이를 실시간 계산, 시점에 적합한 영상 정보를 시뮬레이션하여 뿌린다.

“오랜만에 원 팀이 됐네.”

민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동일한 축구 팀 내에서 각자 본인이 플레이할 선수를 고르기 시작한다.

서로 공격수를 하려 하지만, 모두 공격하기에는 미드필더와 수비 숫자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보며, 민호가 한 단계 아래 위치한 게임메이커를 맡기로 하고, 나머지 둘은 투톱을 하기로 한다.

“패스, 패스 !”

일행이 잡으면 조건반사적으로 패스를 외친다. 본인에게 좋은 기회나 공간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다른 사람이 잡으면 마치 숨을 쉬듯 기계적으로 나오는 무의미한 비명에 가깝다.

“패스, 패~스! 패… 어어어?! 꼬오오오ㅗㄹㄹㄹ”

우식이가 고글 쓴 것도 잊은 채 벌떡 일어선다. 누가 보면 실제 경기장에 나와서 세레머니라도 할 듯한 폼이다.

철성이가 그런 우식이를 보며 축하를 전한다.

“와~ 어려운 골 넣었네. 그래도 방금 내가 어시스트 잘 찔러줘서 넣은 건 알고 있지?”

철성이의 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우식이는 아직 가시지 않는 여운에 한동안 멍하게 있는다.

“역시.. 난 스트라이커 자질이 있는 게 분명해.”

우식이의 갑작스런 셀프 고백에, 민호와 철성이는 애써 못 들은 척 게임에 집중한다.

결과는 2-1 승.

상대 팀 자책골로 1점 더 달아났다가, 후반 무리하게 전원 공격하다 당한 1골의 합산 스코어다.

쾌조의 스타트에 민호가 밝은 톤으로 말한다.

“이겼네, 좋았어~!”

우식이도 옆에서 거든다.

“요시!”

“이제 서로 대전하는 걸로 할까?”

민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철성이는 이미 대전 모드로 전환해 놓은 상태다.

‘메인 이벤트는 이제부터지.’

각자 생각이 일치한 듯, 조금 전 밝은 분위기는 어디 가고 묘한 긴장감이 일순 감돈다.

진행은 가위바위보를 통해 둘이 한 팀, 나머지 한 명이 상대팀을 하여 한 명씩 돌아가며 겨루는 식이다.

서로 막상막하 실력이라 상대를 압도하는 이가 없는 만큼 수 차례 경기가 진행되었음에도 승패 게임 수 간격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새 밤이 깊어감을 뒤늦게 깨닫는다.


귀가

“아, 재밌었다~”

철성이가 약간의 아쉬움을 토하고는 고글을 벗는다.

“이거 이러다 끝나지가 않겠다. 밤새겠어.”

민호도 끝없이 이어진 접전이 아쉽다는 듯 고글을 따라 벗는다.

우식이가 집게손가락 하나를 세우고는 애타게 묻는다.

“한 판 더?”

민호가 순간 주저하며 철성이를 바라본다.

철성이는 이미 한 경기를 더 이긴 상태여서 지금 끝내도 아쉬울 것은 없다.

“그냥, 가자.”

승자의 여유.

우식이는 집에 가자는 철성이의 말이 야속하긴 하지만, 민호 역시 별로 내켜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이내 아쉬움을 접고 일어난다.

PC방을 나서니, 어느새 어두워진 밤하늘 별들이 희미한 빛을 내며 저마다 신호를 주고 받는다.

“일찍 나와서 술이라도 한 잔씩 할 걸 그랬나? 오늘은 그냥 집에 갈까?”

민호의 말에 다들 그러자는 눈치다.

다들 각자 사는 곳으로 흩어진다. 우식이는 인근 자취방으로, 철성이는 멀리 버스를 타러, 민호는 근처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올라탄 지하철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구석 빈 의자에 털썩 앉는다.

가만 보니 허공에 있는 지하철 손잡이가 좌우 진자 운동을 하는데, 민호의 마음도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PC방에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귀가길에 오르니 고민이 다시 떠오른다.

‘조만간 결정을 해야겠어.’

하지만 피곤해서일까?

점차 몰려오는 노곤함에 압도되어 어느새 심연 속으로 빠져든다. 눈꺼풀이 자동으로 감긴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꾸벅 졸고 있을 때쯤 내려야 할 역의 안내방송을 듣고는 허겁지겁 나선다.

‘터벅 터벅’

집에 도착해 들어오니, 실내 조명이 꺼져 있다.

아버지는 퇴근하시기 전인 듯하고, 어머니는 외출하고 아직 안 들어오셨나보다.

“딸깍”

조명 버튼을 켜고 거실 옆을 지나쳐 부엌에 있는 냉장고로 향한다.

다행히 간단히 먹을만한 반찬들이 있어, 밥솥의 밥을 약간 퍼서 단촐하게나마 식단을 꾸린다.

그리고는 컴퓨터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는 책상에 먹을 것을 올려놓는다.

시계를 잠깐 보니 어느덧 11시가 되어간다.

‘바스락 바스락 끼~익’

바깥의 인기척을 들으니 어머니가 오신 듯하다.

방 문틈 새어나오는 불빛을 보고는 어머니께서 밥은 먹고 왔는지 아들에게 묻는다.

“지금 먹고 있어요~”

그리고는 밥 한 술을 뜨며 평소 그랬던 것처럼 아무 목적없이 인터넷 브라우저를 띄워본다.

본인도 왜 띄웠는지 알 수 없지만, 그냥 손 가는대로 뉴스, 유튜브 등 이리저리 검색해본다.

여러가지 키워드들이 보인다.

‘드론으로 내려다본 광활한 자연’

‘어디까지가 한계인가, 드론 기술’

전날 잠깐 드론을 검색해서인지 유독 드론 관련 정보들이 추천 영상으로 줄지어 나온다. 하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왠지 제목만 봐도 내용을 으레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그냥 다음 페이지로 내린다.

‘다른.. 재미있는 것 없나?’

조금만 더 찾아보고 볼거리 없다 싶으면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이 점차 들기 시작할 때,

‘누구나 쉽게 취득하는 드론 자격증’

‘응?’

평소같았으면 눈길도 주지 않았을 제목이지만, 갑자기 필요함이 내면 깊이 있어서일까.

‘드론 자격증’이라는 말에 한동안 시선이 머문다.

‘드론… 자격증?’

대충 보아하니 드론 자격증이 1종부터 4종까지 있는데, 정부기관 사이트에서 무료로 교육하는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료하기만 하면 가장 낮은 단계에 해당하는 4종을 바로 발급해준다는 영상이다.

‘?!’

듣고 가만 생각을 해 보니, 명색이 그래도 항공우주학을 전공한다는 사람이 드론 하나 제대로 조종할 줄 몰랐다는 사실에 새삼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대에서 드론 관련 일을 하려면 쉬운 자격증이라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따로 실기 시험에 응시할 필요도 없고, 거기다 무료라고?’

혹시 잘못 본 것이 아닐까 하여 사이트를 찾아 다시 정독해보지만, 당초 이해한 것이 맞다.

‘그래, 그러면 회원가입부터 하고.. 틈나는대로 수강해볼까?’

어차피 수강해야 하는 기한이 1년 남짓이어서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그 전에 수료할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한 발짝 더 전진한 것 같은 설레발같은 기분마저 든다.

‘그래, 이런 식으로 하나씩 해 나간다면 언젠가 써먹을 날이 오지 않을까?’

한국교통안전공단 배움터 사이트를 클릭, 드론 1강을 띄워보는데 법규 관련 내용이 먼저 뜨기 시작하는 걸 보니 당초 조종법만 생각하고 있던 민호는 그만 화면을 내린다.

‘그냥 다음에 봐야겠다. 지금은 봐도 피곤해서 머리에 안 들어오니..’

그리고 내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정이 있기도 하였다.


여행

사실 딱히 구속력 있는 일정은 아니다. 어쩌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정.

굳이 표현한다면, ‘나와의 약속’이라는 말이 적당할까?

다른 이와 함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지다보니 기분전환도 할 겸 토요일을 맞아 혼자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목적지는 강원도 강릉.

서울역에서 KTX를 타면 강릉역까지 5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몇 년 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된 KTX 고속열차 덕분이다. 종전보다 2배 더 빨라졌다는데, 이전에 약 2시간 소요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예전엔 어떻게 그 지루한 시간을 버텼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뭐, 50년 전에는 서울~부산이 4시간 30분 걸렸다고도 하니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일지도.

그래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인지 조만간 30분대도 가능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

6시 정각에 맞춰진 휴대폰 알람 소리가 민호의 방 안에서 울려퍼진다.

일부러 알람 소리를 평소에 즐겨듣는 음악으로 세팅까지 했음에도, 기상 시간 듣는 음악은 한결같이 별로다.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한 오늘 아침의 알람 소리 역시 평소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침대에서 엉겁결에 일어나 가느다란 실눈을 뜨고 휴대폰 위치를 추적, 손가락으로 마구 터치를 해댄다. 잠에서 덜 깬 채 누르면 한 번에 정확히 버튼을 터치하기 힘드니 애초에 처음부터 난사하듯 눌러보는 것이다.

창 밖을 보니 다행히도 아침 햇살이 밝다. 생각보다 약간 춥기는 같지만 그래도 아침인 것을 생각하면, 강릉에 도착할 낮 시간 즈음에는 충분히 따뜻해지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강릉

이동하는 KTX 열차 안에서 잠시 부족했던 잠을 청하다 보니, 금새 강릉역에 도착하였다.

강릉역.

오랜만의 방문이지만 주변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다.

일전에 들렸었던 우동 집이 아직도 역사 내에 있는지 쓰윽 둘러본다.

‘매일우동’

연중무휴인 기차역 안에 있어서일까, 가게 이름이 매일우동이라니.

그래도 기억하기는 좋았다.

사실 특별히 맛있어서라기보다 주변이 다소 휑한 역이라 선택지가 많지 않아 들어간 이유도 있었다.

그렇다고 맛이 없지는 또 않아서 허기를 채우기에는 딱 좋았다.

가장 싼 기본 우동을 시켰다.

‘후루룩~’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먹다보니 금방 그릇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돈 계산은 키오스크에서 미리 했으니, 주섬주섬 크로스백을 챙겨 가게 문을 나선다.

버스정류장.

경포대 해변까지 달릴 버스를 기다린다.

남은시간 10분.

자율주행 버스들이 약속 시간에 맞춰 오는 만큼 이 시간에 틀림은 없을 것이다.

정류장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잠시 주변 풍광을 감상한다.

산, 들, 바람, …

이래서 도시가 아닌 시골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가 싶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뭉게구름과 실구름이 서로의 자리를 바꾸려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 순간 하늘을 가로지르는 드론 한 대.

‘…!’

자연히 시선이 드론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 움직인다.

꽤 높이 날고 있어 주변 장애물 의식할 필요없이 이리저리 자유로이 나는 듯 보인다.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드론을 보니 마치 자신이 그 드론이라도 된 듯 부러움 반 신기함 반으로 계속 바라본다.

드론이 어느덧 시야가 닿지 않는 구름 사이로 사라지자 그제야 버스가 올 남은 시간을 체크한다.

남은시간 1분.

멀리서 자율주행 버스가 오는 것이 보인다.

버스에 타 안면인식을 한 다음 자리에 앉는다. 요금은 안면인식 정보과 연결된 계좌에서 나중 합산되어 차감될 것이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경관을 정신없이 보다보니 문득 어제 우연히 봤던 드론 자격증 영상이 떠오른다.

‘진짜 취득하긴 해야겠다.’

아까 본 실제 드론의 자유로운 비행 모습을 생각하니 꼭 취득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시금 한다.

강릉 시내를 거쳐, 이윽고 경포대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 최종드론병기 제4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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